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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침운동은 ‘하하하’ … “독거노인도 외로울 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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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침운동은 ‘하하하’ … “독거노인도 외로울 틈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2012.09.14 04:00

[인생은 아름다워] 아산 용연마을 웃음 찾는 사람들

아침운동을 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아산 용연마을 아파트 걷기모임 회원들이 박수를 치며 활짝 웃고 있다.


“처음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귀신 소리가 나는 줄 알았대요. 숲 속에서 난데없이 여자들의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니까 화들짝 놀랐던 거죠. 하하하~”

 5일 오전 5시30분. 아산 용곡 공원의 황톳길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하하하’ ‘깔깔깔’ 웃음소리는 적막한 새벽 숲 속의 고요를 깨웠다. 산 속의 메아리처럼 ‘하하하’ 소리가 울리다 그치면 뒤이어 ‘깔깔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숲을 걸으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으니 웃음소리는 돌림노래가 되어 멈추지 않았다. 그 소리를 듣고 이제 막 새벽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입가에도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은 평균 연령 70세의 여성 11명. 이들은 한 시간 넘게 황톳길 걷기를 마치고 난 후 바로 옆 지산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자! 이제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강체조를 시작해 볼까요?”

 ‘대장’이라 불리는 이정자(69)씨의 구령에 맞춰 체조가 시작됐다. 가벼운 숨쉬기 운동을 시작으로 다리 주무르기, 팔다리 운동, 등배운동을 하는가 하면 둘씩 짝을 지어 스트레칭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장이 “두 손을 깍지 끼고 소리질러~”라고 외치자 하늘 높이 손을 치켜들고 함성을 울렸다. 숲속에 울려퍼지는 함성은 듣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20여 분의 건강 체조를 마치자 다시 또 일제히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냥 경쾌하기만 했다.

 이들은 4년 전부터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아산 용연마을 아파트의 이웃들이다. 걷기운동모임을 이끄는 이정자씨는 웃음치료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우연히 아침방송을 보다가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벽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운동을 시작하자고 권유했을 뿐이다.

 이 대장은 “처음에는 이름과 동호수를 몰라 아침 운동시간에 만나지 못하면 서로 연락할 길이 없었다”며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안부를 챙길 정도로 가까운 이웃사촌이 됐고 일원 중에는 독거노인도 있지만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3~4명이 무리를 지어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일도 많아 졌지만, 처음에는 일부러 큰 소리로 웃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몸 속의 나쁜 기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마음으로 크게 한 번 웃기 시작하자 웃음소리는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우렁차 졌다고 한다. 이렇게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회원들은 “한껏 웃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맞는 아침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아침운동을 시작하며 건강과 활력을 되찾았다. 가장 연장자인 황영손(76)씨는 “늘 기운이 없고 새벽에 일어나기도 힘들었는데 걷기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기운이 넘친다”며 “매일 웃으면서 아침을 시작하니 사람들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 경험이 있다는 김영자(69)씨도 “4년 전만 해도 걸음을 못 걸었었는데, 이제는 황톳길 두 바퀴를 돌고 난 뒤 축구장 다섯 바퀴를 돌아도 거뜬하다”며 “혼자 걸으라면 힘들어 못 걷는 길인데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과 함께 웃으며 걷다 보니 수월해졌다”고 자랑했다.

 걷기운동모임은 낮에도 자주 만난다. 최근에는 막내 최미선(41)씨가 10명의 회원을 모두 초대해 봉숭아 꽃물을 함께 들였다. 최씨 역시 몸이 약하고 우울증을 겪다가 걷기운동을 시작한 이후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최씨는 “먹을거리가 생기면 작은 거라도 식구처럼 나눠먹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준다”며 “회원들 모두 엄마 같고 언니 같아 우울증이라는 짐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항상 모이는 인원은 11명이지만 어떤 날은 20명 넘게 모여 건강체조를 할 때도 있다. 건강하게 웃으며 아침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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