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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연구소, 中·인도 대신 '닥치고 한국'

외국기업연구소, 中·인도 대신 '닥치고 한국'

[중앙일보] 입력 2012.04.27 00:52 / 수정 2012.04.27 08:58

R&D센터 전국에 속속 입주
세계적 설계 SW업체 다쏘·PTC
인도·중국 대신 대구와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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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이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조영빈(45) 대표는 서울역에서 대구행 KTX를 탄다. 대구 계명대에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를 돌아 보기 위해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지난해 5월 미국 LA에 있던 조선분야 R&D센터를 대구로 옮겼다. 본사 출신의 엔지니어 7명이 대구로 왔고 한국인 연구원을 새로 채용해 모두 22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조 대표도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아예 대구에 집을 마련했다. 주중에는 1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서울 사무소에 있다가 주말에는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KTX에서 만난 조 대표는 “2009년 본사에서 처음 연구소 이전 얘기가 나왔을 땐 인도와 중국 등이 유력한 후보였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한국 대표였던 그는 “조선 산업이 가장 발전한 한국이 최적지”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석했던 김범일(62) 대구시장 일행도 급히 프랑스 본사를 방문해 지원 사격을 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곳이라는 점에 본사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계명대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유치노력을 벌인 데다 수준 높은 인력이 많다는 점에 만족한 본사에서는 결국 대구를 낙점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의 다쏘시스템 대구R&D센터에서 연구원들이 회의실을 겸한 휴식공간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곳은 다쏘시스템의 11개 글로벌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 7명을 포함해 22명이 근무한다.

 다쏘시스템은 그렇게 계명대 대명캠퍼스에 자리잡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에 처음으로 들어온 외국기업이 됐다. 대구R&D센터는 다쏘시스템의 자동차·항공기 등 분야별로 나눠진 전 세계 11개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선박 설계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2015년까지 대구에 360억원을 투자해 크루즈·요트 등의 설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프랑스 항공업체 다쏘의 자회사인 다쏘시스템은 3D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소프트웨어가 주력이다. 항공기 설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1981년 아예 자회사로 독립했다. 미국에서 ‘2012년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른 여섯 모델 전부가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인 ‘카티아’로 설계됐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근무하는 90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3500여 명이 R&D 인력이다.

 다쏘시스템의 경쟁업체인 PTC도 지난해 한국에 R&D센터를 열었다. 현재 11명의 연구원이 서울 대치동 코스모타워에서 자동차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토머스 호프먼 센터장은 “자동차용 PLM 솔루션이 주력 중 하나인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업체와 가까운 곳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종 제품을 내놓기 전에 현장에서 요구하는 사안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프먼 센터장은 “한국 R&D팀은 특히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인 전문지식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보스턴 근처 니덤에 본사를 둔 PTC는 지난해 11억7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 R&D센터를 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시스코 등이 잇따라 한국에 R&D 센터를 연 적이 있다. 풍부한 인력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개발보다는 한국어 지원 업무를 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중국 R&D 센터를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최근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 R&D 센터는 제조업체와 연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조선·전자 분야의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이 관련 업계의 R&D 센터를 불러들이는 자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PTC코리아의 칩 바넷 지사장은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가 있는 한국은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들에는 놓칠 수 없는 주요 시장”이라며 “교육 수준이 높고 IT에 밝은 인력이 많아 R&D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 준공되는 판교테크노밸리에도 글로벌 업체의 R&D 센터가 입주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글로벌R&D센터 연구 B동 1~5층과 실험동 1층에 에너지기술센터를 설립한다. 여기에는 GE에너지코리아와 관련 R&D 조직이 입주한다. 에너지기술센터에서는 발전소 에너지효율 점검 소프트웨어 및 발전소 최적화 프로그램, 범용 인터페이스 모듈, 스마트그리드, 스마트 가전 기술 등을 개발한다. 독일 바이오기업인 사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은 실험동 2층에 둥지를 튼다. 공정개발 연구와 치료용 항체 및 백신공정 시험, 세포독성 시험법 개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현재 남아 있는 시험동 3개 층도 외국 기업의 연구소를 우선 유치할 예정이다.

 지방의 R&D 센터들은 국내외 우수 인력을 지방에 끌어들이는 인재 유치 기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대구 R&D센터에 근무하는 인도인 아비셱 티와리(35) 연구원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입국했다. 그는 “도시가 깨끗하고 밤늦게 다녀도 문제가 없을 만큼 안전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매운 음식이 고향과 비슷하고 사람들이 정이 많아 말이 잘 안 통하는 것을 빼면 불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금오공대를 나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문식(31) 연구원은 이직 제의를 받고 두말 없이 짐을 꾸렸다. 그는 “고향에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데 굳이 타향살이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 대표는 “대구 R&D센터는 아직 작지만 한 분야를 전담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입사한 젊은 한국 연구원들은 5~6년 후에는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연구소에서 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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