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시론] 선물환 규제가 구닥다리라고?

[시론] 선물환 규제가 구닥다리라고?

[중앙일보] 입력 2010.06.21 00:08 / 수정 2010.06.21 00:08
글자크기 글자 크게글자 작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날 저녁 뉴스는 흔히 주식거래소를 배경으로 방송되고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팔고 나간 액수와 환율 변동을 연관 짓는다.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금융시장 불안의 주된 원인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의 실상은 달랐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팔고 나간 금액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 주식을 팔고 들여온 돈이 더 많았다.

주식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뭐가 문제였는가? 위기의 핵심은 은행부문의 디레버리징, 즉 단기외화부채 상환이었다.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은행부문 디레버리징으로 인해 해외로 유출된 자본은 490억 달러로 국내 자금시장을 마비시키는 핵심 요소였다.

은행들은 대외여건이 좋고 자산이 급속히 늘 때는 예금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충분치 않게 된다. 이런 경우 한국의 은행들은 단기로 외화를 빌려 자금을 조달한다. 2005년 200억 달러 정도였던 국내은행들의 단기외화부채는 2008년 위기 직전 600억 달러로 늘었고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의 경우 같은 기간 200억 달러에서 9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런 과도한 자산확장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추후 벌어지기 마련인 급속한 부채상환 (디레버리징)이다. 은행과 같은 차입기관은 자산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가격이 떨어지면 재무상태 악화로 추가로 자산을 내다 팔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레버리징의 파괴적 위력은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선진국 저금리 정책은 세계경제 회복에 한몫을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글로벌 은행들은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제로에 가까운 달러자금을 조달해 세계 각처에 투자했다. 실물경제가 튼튼한 한국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자 은행들은 다시 디레버리징으로 전환했고, 자본유입이 많았던 나라들은 이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

금융주기의 주 동력이 은행부문의 부채 확대-축소 사이클인 만큼 대처의 초점도 은행부문에 맞춰야 한다.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은행 선물환 규제 방안은 은행의 선물환 자산을 자기자본에 묶어 자산확장과 디레버리징의 폭을 완화함으로써 외환시장 안정과 유동성 안정을 확보하자는 목적이다.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거론되는 은행 레버리지 규제의 일종이다. 캐나다와 스위스는 이미 은행 레버리지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세계 주요 20개국(G20)의 감독개혁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자본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재래식 ‘자본통제’와는 거리가 먼 은행건전성 조치다. 은행부문이 외환유동성 문제의 핵심인 만큼 은행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문제해결의 핵심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규제의 목적은 외부충격의 완화를 통해 안정된 금융여건을 마련하는 데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이익과 부합한다. 환율 안정은 환율 헤지 압박을 해소시킬 수 있어 곧 환율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외국 투자자의 신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외국 투자자들도 안정된 금융제도의 수혜자다.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번 조치는 지속적인 금융발전을 토대로 한국의 실물경제만큼 튼튼한 금융제도를 키우는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프린트 메일로보내기 내블로그에 저장 콘텐트 구매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