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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채시라, 여걸에서 악녀 요부까지

[스타탐구] 채시라, 여걸에서 악녀 요부까지

[일간스포츠] 입력 2009.08.21 09:01 / 수정 2009.08.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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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늦가을. 을씨년스러운 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무렵 한 초콜릿 CF에서 남자 모델의 외투 속에서 청순한 미소로 시청자를 매료시킨 소녀가 있었다. 열 네 살 여중생 채시라.

잡지사 상품 응모에 당첨돼 찾으러 갔다가 깜짝 발탁돼 촬영한 CF였다. 이 한 편의 CF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처음부터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채시라는 CF 요정으로 출발해 무서운 기세로 연기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스물 한 살이던 1991년 채시라는 '여명의 눈동자'를 통해 연기력과 스타성 모든 면에서 최고로 확고하게 자리매김 했다.


▶ 안전운행을 거부한다

채시라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안전 운행을 거부하고 파격을 즐긴다'는 말이다. 초콜릿 CF로 데뷔한 채시라는 이듬해 청춘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청춘 스타가 됐고, 1988년 '샴푸의 요정'을 통해 스타급 연기자로 인정 받았다. 하이틴 스타 채시라는 요정 이미지로 주가를 높였다. 90년대 초반 최고 인기 장르였던 트렌디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0순위에 꼽혔다.

그러나 채시라의 선택은 사극이었다. '조선왕조 500년-파문'으로 강한 여인상을 보여줬다. 이 작품으로 그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상을 품에 안았다. '파문'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연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주연부터 조연, 심지어 단역까지 모든 출연자로부터 연기를 배우려 했다. 촬영하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재성과 호흡을 맞춘 채시라는 파격적인 종군위안부 연기와 한국 드라마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철조망을 사이에 놓고 최재성과 나눈 키스신 등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여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천추태후'에서 1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최재성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성실하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근원은 성실함이다. 동료들에게 모범이 되는 동시에 행복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말했다.

채시라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이후에도 성공한 이미지를 활용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공한 이미지에서 가장 멀게 느껴지는 캐릭터를 택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처절한 여인에 이어진 선택은 자유분방한 신세대 여성. '아들과 딸'에서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톡톡튀는 신세대를 연기했다.

그리고는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정파 여성을 선택했다. '서울의 달'에서 '제비' 한석규에게 순정을 바치는 여인을 연기했다. '아들의 여자'에서는 허벅지와 배꼽을 드러내는 요염한 춤사위로 유부남을 유혹하는 요부를 연기하더니 '최승희'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한 춤사위를 보여주며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현신'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채시라는 '야망의 전설' '왕과 비' '애정의 조건' '해신' 등을 거치면서 한결같이 새로운 캐릭터로 360도에 가까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히 '해신'에선 빼어난 악녀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 치열함과 몰입의 힘

연기자의 새로운 캐릭터 도전에는 늘 위험 부담이 따른다. 생소함에 대한 거부 반응의 위험이다. 그런 점에서 채시라는 놀라운 배우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지만 실패로 기록된 사례가 거의 없다. 한결같이 성공과 찬사를 몰고 다녔다. 이처럼 이례적일 수 있는 성공의 비결에 대해 채시라의 주위 사람들은 "연기에 임하는 치열한 자세와 무서울 정도의 몰입력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천추태후'의 무술 지도를 맡고 있는 정두홍 무술감독은 "15년 전 '서울의 달'에서 처음 만났다. 지독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천추태후'에서 다시 만나서도 여전하다. '채장군'이라고 부른다. 승마를 배우다가 말에서 떨어져 제법 큰 부상을 당했는데 '근육이 풀어져서 걱정'이라고 하더라. 치료가 끝나자마자 다시 말에 올라탔는데 불과 몇 분 만에 진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채시라가 악녀를 연기해 화제가 됐던 '해신'의 연출자 강일수 PD는 "촬영을 전후해서는 채시라씨 주위에는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날카로운 악녀 자미부인에 완벽하게 몰입했기 때문이었다. 촬영을 마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상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채시라의 연기 몰입을 설명하는 일화는 '투명인간 최장수' 때에도 있었다. 당시 채시라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죽어가는 남편(유오성)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여인을 연기했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대본을 받아 읽을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렸다. 미용실, 식당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결국 제작진과 매니저는 집과 촬영장 외의 장소에서는 대본을 읽을 수 없도록 대본 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 연기와 가정의 균형

채시라는 1990년대에 무서울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에 비하면 2000년대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뜸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0년 가수 김태욱과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가정 생활에 정성을 쏟게 되면서 연기 활동의 비중이 조금 낮아진 것이다. 연기자로서 대단한 프로 근성을 발휘했던 채시라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돌이 지난 둘째 아들의 유아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유치원에 다니는 큰딸의 교육도 꼼꼼하게 챙긴다. '천추태후' 승마 연습 도중 낙마사고로 부상을 당했을 때도 "덕분에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채시라는 '천추태후' 제작발표회에서 "유아식 만들어 먹이는 재미에 부상이 빨리 회복됐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기도 했다.

대인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족들과 함께 동네 마트, 동물원, 박물관 등 사람들이 많은 장소의 외출도 편안하게 즐기고 아이의 놀이방에서 학부모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높다. 화장품 브랜드 코리아나의 모델로 13년 동안 활약하며 최장수 모델의 기록을 세운 배경엔 원만한 대인관계와 신뢰가 있음음 물론이다.

★프로필

생년월일: 1968.6.25
신체: 168cm·49kg
혈액형: A
출생지: 서울
학교: 용두초-숭인여중-대원여고-동국대(연극영화과 석사)
특기: 고전무용
데뷔: 가나 초콜렛 CF(84)
데뷔작: KBS 1TV 청소년드라마 '고교생일기'(85)
가족: 남편 가수 김태욱, 동생 연극 배우 채국희

주요 출연작: 드라마 '파문'(89) '여명의 눈동자'(91) '아들과 딸'(92) '파일럿'(93) '서울의 달' '아들의 여자'(94) '아파트' '최승희'(95) '위험한 사랑' '미망'(96) '영웅신화'(97) '야망의 전설' '왕과 비'(98) '사람의 집'(99) '여자만세'(00) '맹가네 전성시대'(02) '애정의 조건' '해신'(04) '투명인간 최장수'(06) '천추태후'(09)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95)

수상경력: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상(90) MBC 연기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91)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93) MBC 연기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93) MBC 연기대상 대상(94, 95)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95) KBS 연기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98) KBS 연기대상 대상(99) SBS 연기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00)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04)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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