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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지운, “송강호를 추천해준 사람은 한석규”

[인터뷰②] 김지운, “송강호를 추천해준 사람은 한석규”

[일간스포츠] 입력 2008.07.21 08:22 / 수정 2008.07.2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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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의 롱테이크(길게 찍기)도 인상적이었다. '달콤한 인생'에도 잊을 수 없는 롱테이크가 등장한다.

"평화로운 창공에서 시작해 시끌벅적한 기차 안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관객들에게 '자, 지금부터 개봉박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달콤한 인생'에선 화려한 스카이라운지에서 시작해 어두운 지하까지 카메라가 훑는데, 그건 주인공의 추락하는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김지운 감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우가 바로 송강호. 두 사람은 '조용한 가족'부터 '반칙왕', '놈놈놈'까지 세 작품을 함께 했다. 감독은 송강호가 '넘버3'를 찍을 때 한석규로부터 송강호를 추천받았다고 했다. 당시 한석규는 신인 배우를 찾던 김 감독에게 "대학로에 무서운 배우가 하나 나타났다. 연극 '비언소'를 꼭 보라"고 권했고, 김 감독은 그길로 대학로를 향해 송강호의 연기를 보며 한 눈에 반해버렸다.

-송강호가 어떻게 한국 대표 배우가 됐을까.

"사실 송강호를 처음 대면하고 두번 놀랐다. 배우 같지 않은 얼굴 때문에 놀랐고(웃음), 두번째는 힘을 뺀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만의 느낌이 잔뜩 실려있어 또 놀랐다. 단순해 보이는 희극 연기였지만 송강호만의 표정과 호흡, 발성법이 있었다."

-'조용한 가족'의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만 공개해 달라.

"원래 송강호가 맡은 배역은 창이(이병헌) 같은 꽃미남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송강호를 본 뒤 마음을 바꾸게 됐지. 당시 송강호는 그때까지 본 배우와 완전히 다른, 전혀 새로운 연기자였다. '조용한 가족'의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워 '반칙왕'도 무조건 같이 하자고 했다."

장르 크로스 오버에 가산점을 준다면 김지운 만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코믹잔혹극(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휴먼코미디(반칙왕), 공포(장화 홍련, 쓰리), 느와르(달콤한 인생) 등 각 장르를 넘나들며 장기를 발휘했다. 독보적인 건 그가 어느 한 장르에서도 꿀리지 않는 디테일과 미장센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혹자는 그가 '필름회사에서 선호하는 감독이다', '벽지 색깔이 마음에 안 들면 촬영을 중단하는 무법자'라며 폄훼하지만 결과물 앞에선 모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 점에서 김지운은 영화로 모든 걸 말하는 결과론자다.

-이렇게 장르를 각양각색 변주하는 이유는 일종의 자기과시 아닐까.

"그것 보다는 내가 하면 어떻게든 다른 '간지'(느낌)가 나오게 할 자신이 있었다. '달콤한 인생'도 조폭 영화지만 미학적인 느낌을 가미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건 '썸씽뉴(Something New)'다. 어릴 때부터 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장르도 마찬가지다. 내가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남들보다 잘 해내고 싶은 성취욕이 있었을 뿐이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쏠림 현상일 것이다. 뭐가 하나 잘 되면 모든 시나리오와 투자가 한 방향으로 흘러버린다. 혼란스러울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내 영화 인생이 경부선이라면? 지금 대전쯤 와있다"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다. 영화는 텍스트 그 자체와 무수한 얘깃거리를 남겨야 한다. 그게 영화의 의무다. 프랑스에선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네 시간 토론하는 문화가 있더라. 참 부러웠다. 대중적인 화법의 영화 '놈놈놈'도 칭찬을 듣든, 무지막지하게 씹히든 사람들의 입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예상 밖 질문에 폭소를 터뜨린 뒤 "냉수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일단 찬물 좀 마신 뒤 설명하겠다며 시간을 벌었다.

"일단 집이 부유한 것과 영화 감독의 헝그리 정신은 연관성이 없다. 영화 상영할 때 감독 이름이 맨 앞에 나오는 건 '이 영화 내가 책임진다'는 보증 같은 건데 현장에서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있겠나. 촬영장에서 나는 미친 놈 소리를 듣는다. 이번에도 그랬고. 헝그리가 아니라 목숨을 깎아먹을 정도로 모든 걸 던진다고 자부한다. (그는 무슨 단어를 생각하려고 안간힘을 쓰더니) 그렇지. 머슴. 난 현장에서 머슴처럼 일한다."

-'놈놈놈'에 대한 가족의 평가는 후한 편인가.

"가족들이 쿨하고 좀 까칠해서 아닌 건 아니라고 과감하게 얘기한다.(웃음) 큰형님은 '화면은 통쾌한데 결말이 좀 아쉽다'고 하셨다."

-빅3 배우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영화 스무 편이 엎어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 명이 다작하는 배우들은 아니지 않나. 내가 섭외할 때는 모두 한가할 때였다.(웃음) 그리고 지금까지 난 눈썹 휘날리게 바쁜 배우들과 일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말하면 배우들이 기분 상할 수도 있겠다. 이건 못 들은 걸로 해달라.(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문자메시지는 뭐였나.

"내가 다니는 치과 의사 선생님이 '스크린에 여러분들의 땀이 보였다'며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그 글에 가슴이 뭉클했다. 가장 흐뭇한 평은 김혜수의 '이 영화 미쳤어요'였다. 한국 오락 영화의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끝으로 당신이 찾는 보물지도는 어디에 있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데이빗 핀처의 '세븐' '패닉룸' '조디악'에 있을 것 같다."

-하나만 더.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태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당신의 영화 인생을 경부선에 비유하면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나.

"클클. 아마도 대전 쯤이 아닐까. 다음 목적지는? 대구다. 잠깐만. 동대구인가?"

글=김범석 기자[kb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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