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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경제학 신천지 ‘마켓 디자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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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경제학 신천지 ‘마켓 디자인’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2007.07.26 19:52 / 수정 2007.07.26 20:23

미 컬럼비아대 최연구 교수
주파수·군납 등 시장 기능 없는 곳에
경매제도 같은 합리적 배분 시스템 연구

 ‘마켓 디자인(Market Design)’. 일반에는 생소하지만 요즘 경제학계에서는 뜨는 분야다. 마켓 디자인이란 쉽게 말해 시장이 없는 분야에 시장을 설계해서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가르치지만 시장을 이용하지 않는 분야가 의외로 많다. 공교육이나 군납·주파수·석유채굴권처럼 정부가 독점하거나 신장(腎臟) 이식처럼 시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분야가 많은 것이다.

이를테면 신장 이식을 일반 재화처럼 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만 우선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켓 디자인은 실질적인 제도나 규정을 만들어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자는 ‘경제학의 신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최연구(46·사진) 교수가 최근 한국표준협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최 교수는 마켓 디자인 성공 사례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경매를 꼽았다. FCC는 원래 청문회를 열어 주파수 사업권을 나눠줬다가 1980년대 초반 사업권을 신청하는 회사가 급증하자 이 방식을 포기하고 복권식 추첨제를 도입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추첨을 통해 사업권을 나눠줘도 시장 참여자들끼리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자에게 사업권이 돌아간다고 기대한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참여자를 제한하지 않은 탓에 일단의 치과의사들이 로또에 당첨되듯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고 이를 통신회사에 4100만 달러에 되파는 웃지못할 사건까지 발생했다. 시장 참여자간의 거래는 있었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는 미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발전을 지체시켰다.

 FCC는 94년 결국 주파수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경매제도를 설계하는 데 최 교수의 스승인 스탠포드대 폴 밀그롬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주파수 경매는 정부에 10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가져다 줬다.

 마켓 디자인의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최 교수의 최근 논문 중에는 미식 축구 연장전에서 공격권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방법에 관한 것도 있다. 두 사람 소유의 파이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방안도 마켓 디자인의 고전에 속한다. 한 사람은 파이를 둘로 자르고 나머지 한 사람에 우선 선택권을 주면 된다. 이처럼 마켓 디자인은 경매 제도나 게임 룰(알고리즘)을 도입해 시장을 만든다.

 최 교수는 ‘이코노메트리카’ 등 유명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이 벌써 여럿이다. 지금은 주류 경제학계의 지명도 있는 학자가 됐지만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시절엔 비주류 경제학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학부 시절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기술 종속성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종속이론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봤던 것이다. 심포지엄 당시 조순 교수의 강평을 그는 잊지 않는다. “학문은 엄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최 교수는 “젊었을 때는 비주류 경제학이 현실 문제에 금방 답을 주는 것 같았지만 주장만 많고 논리적인 뒷받침이 약하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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