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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써 한 풀고 가셨으면 좋았을걸 …"

"회고록 써 한 풀고 가셨으면 좋았을걸 …"

[중앙일보] 입력 2006.10.27 04:57 / 수정 2006.10.28 07:18

최규하 전 대통령 '10·26' 그날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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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최규하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이 들어오는 모습을 추모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26일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헌화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유해가 담긴 관이 묘지 속으로 내려지고 있다. 변선구 기자
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민장으로 엄수됐다. 27년 전 그를 갑작스럽게 권력의 정점에 올려 놨던 바로 그날(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발생일) 세상과 이별을 고한 것이다.

영결식에 이어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2004년 앞서 별세한 부인 홍기 여사와 합장이었다.

고인의 국민장은 5일장이었다. 국민장이 치러지기는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 당국이 저지른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의 희생자 영결식 이래 23년 만에 처음이다.

◆ 전두환 전 대통령 불경 따라 외기도=최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오전 10시 서울 경복궁 홍례문 앞 마당에서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정각 도착하자 곧이어 최 전 대통령과 홍 여사를 실은 운구 차량 두 대가 입장했다. 그 뒤를 큰아들 윤홍씨 등 유족이 따랐다.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직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도 자리를 함께했다. 운구 차량이 입장하는 동안 삼군악대가 조곡을 연주했다.

장의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용섭 행자부 장관이 최 전 대통령의 약력을 소개했다. '최고의 관운(官運)을 타고 났다'는 고인이기에 약력을 소개하는 데만 5분여가 걸렸다. 국민 모두가 궁금해 하는 80년 대통령 하야 과정에 대해선 "이듬해 8월에 대통령 직을 사임하셨다"고만 짧게 소개했다.

약력 소개에 이어 한 총리의 조사가 있었다. 한 총리는 우선 외교 분야에서 최 전 대통령이 남긴 업적을 기렸다. 그리고 "재임 시절 찾은 탄광에서 하셨던 '평생 연탄을 쓰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셨다"며 고인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종교 의식은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천주교 의식이 모두 치러졌다. 최 전 대통령이 특정 종교에 귀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중 불교계 대표로 조계종 호계원장 월서 스님 등이 나와 반야심경을 독경했다. 이때 두 눈을 굳게 감은 채 웅얼거리며 불경을 따라 외는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이 식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잡혔다.

전 전 대통령의 '신군부'는 79년 12.12를 계기로 실권을 잡은 뒤 8개월여 만에 최 전 대통령을 하야시켰다. 역시 신군부의 핵심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병석에 있어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조화를 보냈다.

종교의식 뒤엔 최 전 대통령의 인생을 그린 동영상이 상영됐다. 3분여의 영상에선 79년 12월 대통령 취임식과 80년 1월 연두기자회견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영상을 바라보던 유족 중 딸 종혜씨는 끊임없이 눈물을 닦아냈다.

유족과 노 대통령 내외를 시작으로 헌화가 있었고, 한양대 박정원 교수가 조가로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다.

영결식은 조총 발사로 끝을 맺었다. 삼군 의장대 7명은 숙연한 가운데 21발의 조총을 1분간 하늘을 향해 쏴올렸다.

◆ 안장식 때는 굵은 빗방울=영결식에는 일반시민 수백 명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초청장 없이도 검색대만 통과하면 입장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2000여 석의 영결식장은 가득 찼다.

오전 일찍부터 식장을 찾은 김복동(64.서울 응암동)씨는 "비운의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려고 나왔다"며 "(79~80년 상황에 대해)회고록이라도 써 한을 풀고 가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경복궁 앞 서울 세종로에서 서울시청까지는 도보 속도로 서행했다. 행렬을 본 많은 시민은 걸음을 멈춘 채 최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노인 중에는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드는 시민도 있었다. 젊은층은 휴대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안장식은 오후 2시 현충원에서 유족들과 장의위원들, 그리고 조문객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오전부터 구름이 낮았던 날씨는 안장식이 시작될 즈음 더욱 흐려져 굵은 빗방울을 뿌렸다.

◆ 국회의원 6명 장의위원 사양=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당연직 장의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 등 6명이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사양한 사람은 김교흥.김현미.박영선.오영식(이상 열린우리당).심재철(한나라당) 의원이다.

김교흥 의원은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80년대는 우리에게 유쾌한 역사가 아니었다. 장의위원으로 위촉되는 게 내키지 않았다"고 했고, 심재철 의원은 "국가 운영을 잘못해 신군부를 막아내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10월 27일자 6면 '고 최규하 전 대통령 영결식' 기사 중 조가를 부른 사람은 조정원 교수가 아니라 박정원 교수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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