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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빈 '고용률 최고'

속 빈 '고용률 최고'

[중앙일보] 입력 2014.05.20 00:31

[뉴스분석] 4월 65%의 허실
고학력 상용직 퇴출 줄잇고
구직 단념자, 청년실업도 증가
질 낮은 일자리 취업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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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130여 명의 직원을 계열사로 전환배치했다. 그래도 경영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올해 4월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전체 2700명의 11%인 300여 명이 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처럼 증권가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거센 구조조정 바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은행·보험사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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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올해 2월부터 매달 수천 명씩 짐을 싸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 대부분이 대졸 이상 고학력자와 상용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급인력이 퇴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선 매달 1만 명 이상의 취업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2만2000명, 올해 1월 1만4000명이 금융권에 새로 취업했다. 이런 증가세는 올 2월부터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됐지만 정부정책에 맞춰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형태의 채용을 늘리다 보니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시간제 채용행사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게 되자 비로소 제대로 된 고용사정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자이익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고, 증권가는 소극적 투자와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증가에 따른 수수료율 하락으로 일정기간 하강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용사정도 당분간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5.4%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이런 호조세가 이어질지 의문이다. 오히려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처럼 고급인력들이 대거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고, 구직을 단념하거나 일을 하지 않고 무작정 쉬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고 있다. 상용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매달 3만~5만 명이 직장을 떠난다. 고용부는 “최근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한 데다 구조조정과 베이비부머가 퇴출된 것이 전문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도소매업(18만2000명)이나 보건·사회복지(14만 명), 숙박·음식업(12만1000명), 제조업(9만6000명)에선 취업자가 크게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고급인력이 줄어드는 와중에 고용률이 높아지는 것은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이보다 상대적으로 질이 나쁜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는 시장상황보다는 정부정책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정책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15만9000명이던 구직단념자는 올해 1월 23만7000명으로 늘어나더니 지난달에는 37만 명으로 불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무작정 쉬는 사람도 86만 명에 달했다. 이들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잠재적인 실업자들이다.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어 고용정책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들이 늘어날수록 실업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도 악화일로다. 올해 4월 청년실업자는 42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6000명이나 늘었다.

 숙명여대 권순원(경영학) 교수는 “고용형태나 기업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근로조건의 질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선 고용률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급인력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을 줄이려면 무작정 일자리 수만 늘리는 임시방편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고용의 질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퇴직하더라도 다른 직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고용시스템의 유연화 작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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