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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종교인의 말·행동 일치하는지 주시”

“세상은 종교인의 말·행동 일치하는지 주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3.12.01 02:51

세계 최대 규모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 신임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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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풀러신학교의 마크 래버튼 신임 총장은 사회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진정한 신앙 태도라고 역설해 왔다. [사진 풀러신학교]

정치에서건 종교에서건 ‘열린 보수’는 진보의 목소리에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개신교 ‘열린 보수’의 세계적 중심은 풀러신학교(Fuller Seminary)다. 미국 남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이 신학교에는 세계 70여 개국 출신 학생 4400명이 재학 중이다. 풀러는 분교가 7곳이나 있는 세계 최대 신학교다. 다교파(多敎派·multidenominational) 신학교라 학생들은 100개가 넘는 교단 소속이다. 보수주의·진보주의 성향의 학생들을 모두 입학시키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와도 우호를 증진시키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 신학교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한 김준곤(1925~2009) 목사를 비롯해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다수 배출했다. 선교학·글로벌리더십 석사 과정 등 한국어로 진행하는 학위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설립자인 찰스 풀러의 꿈은 풀러신학교를 “복음 세계의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풀러신학교의 도전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새 총장이 취임한 것이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총장에 임명된 마크 래버튼(Mark Labberton) 박사는 11월 6일 총장 취임식에서 “급변하는 시대 속에 교회가 신앙의 뿌리를 내리면서 세상과 문화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식 다음 날 래버튼 총장을 만났다. 교회가 세속의 사회와 만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현대 기독교의 흐름과 방향의 전체적인 맥을 짚어 가며 교회의 새로운 시대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 교회 문제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믿음과 지식, 교회와 세속의 문화가 충돌하고 있다.
“지성과 신앙은 서로 충돌하는 것 같지만 이 둘은 반드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믿음은 그들이 누구이며, 누구에게 속했으며,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알려 준다. 그 앎 속에 확신이 있다. 고린도전서 13장 12절의 성경 구절을 읽어 보자. 지금의 현실이 ‘비록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지만’ 모든 것은 예수 안에서 충분히 명확해졌다는 확신을 주는 구절이다. 풀러는 신앙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으며, 양쪽이 더 깊게 화합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최근 풀러신학교는 ‘원테이블(One Table)’이라는 교내 동성애 토론 모임을 허용했다. 교계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동성애에 대한 풀러의 성경적 입장은 변함없다. 결혼이 남녀 간의 결합 안에서 허락됐다는 전통적인 신학적·목회적 입장을 강력히 견지한다. 그러나 솔직한 대화가 갖는 중요성 역시 믿는다. 우리는 언제나 그 시대 문화에 대한 토론에 참여해 왔다.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는 환경을 조성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과 우려는 여전하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대화는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확증받고 인도받는 가운데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다. 오히려 성경을 진실로 믿는다면 그런 이슈들에 대해 씨름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허락돼야 한다. 앞으로 풀러 학생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모두 기독교적 가치를 소유한 채 각종 토론과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학교육의 과제는 무엇인가.
“오늘날 세계의 교회와 신학교는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증거에 목말라하는 시대다. 혼란 속에서 우리는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배우고 섬기기 위해 바로 서야 한다. 풀러를 비롯한 여러 신학교의 역할은 크리스천들이 어려움에 처한 세상을 섬기고 사랑하며, 교회가 더 성숙하게 자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풀러가 자유주의 신학으로 흐른다는 목소리도 있다.
“풀러는 설립 때부터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서 노선을 적절히 조정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래서 넓은 스펙트럼의 양끝에 있는 두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분명한 것은 풀러가 성경에 깊은 뿌리를 두고 삼위일체 신앙을 중심으로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과 문화의 파도에 열린 마음과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말이다. 이것이 신앙을 증거하는 진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신학이 할 일은 무엇인가.
“빠른 변화와 복잡성을 수반하는 시대적 도전 속에서 ‘한번 구원받은 믿음’을 어떻게 삶 속에서 확증하고, 선포하고,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작업은 학문과 실천적 영역 모두에서 신학적 노력을 요구한다. 이런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뢰할 만한 응답과 증거를 바탕으로 공익적인 삶을 어떻게 생생하게 보여 줄지도 고민해야 한다.
세계화와 다양성의 심화는 철학·종교·사회를 압박해 ‘하나와 여럿(the one and the many)’이라는 양극단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연합과 다양성에 대한 신학적·교회학적 반성을 해야 한다. 교회는 내외부의 대화와 이슈를 이해해야 한다.”

-교회가 직면한 최대 문제는 무엇인가.
“설교한 대로 살아내는 데 실패했다는 오명과 각종 폐단이 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복음주의는 행동보다는 말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가 매우 진지한 태도로 들어야 하는 비판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은 매일 손에 잡히는 물질 세계를 경험한다. 그러나 교회는 종종 영적인 것 안에 갇혀 세상과 분리된 삶을 산다. 물리적 삶과 영적인 것이 단절됐다. 이는 ‘하나님이 육신이 되었다’는 성육신(成肉身) 믿음에도 충실하지 않은 것이다. 물질 세계에 대한 하나님 구원을 증거하지 않고 세상을 방치하는 것이다. 이제 복음주의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 수 있나. 다문화·다인종·다종교라는 시대 상황에 세계 기독교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서구 교회에는 물질적·교육적 자원이 있고, 비서구권 교회는 서구 교회가 배워야 하는 영적 자원을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변화에 대한 준비는 미흡했다. 서구·비서구 교회 간에 좀 더 상호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구에 있는 우리는 CNN을 통해 팔레스타인이나 카이로를 보는 게 아니라 그곳에 있는 현지 지역 교회와 신학교를 통해 직접 가자(Gaza)와 카이로에 있는 타흐리르 광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에서는 목회자 비리, 잘못된 신학을 배경으로 상당수 신자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회를 통해 드러나는 모든 것은 주님의 성품을 반영해야 한다. 교회의 부도덕성 같은 이슈로 생기는 논란은 복음을 조롱거리로 만든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의 공통된 비극적 탄식이다.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한국 교회를 향한 조언이 있다면.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변화된 삶을 겸손히 살아갈 때 경배받는다. 이것이 교회가 앞세워야 하는 핵심이다. 이는 권력에 욕심을 내고 있는 교회나 리더십에는 상충되는 이야기다. 예수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이라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목회자가 된 계기는.
“어릴 적엔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학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신앙을 갖게 된 뒤 어떠한 전문 영역에서 종사하든지 성경을 더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은 소망과 능력으로 생명을 주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리더는 세상의 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랑과 섬김의 마음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미국장로교단(PCUSA)에서 30년간 목회자로서 행복하게 사역했다. 특히 대학가에서 젊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어우러진 곳에서 목회한 경험이 지금 역할을 맡게 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한국 방문 계획은.
“내년 9월께 한국을 방문할 것 같다. 풀러신학교에는 현재 한인 학생들이 많고, 한국에도 수많은 졸업생이 있다. 그분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사역을 듣고 싶다. 그 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

장열 LA중앙일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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