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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이스라엘은 '창의' 동반자

[시론] 한국·이스라엘은 '창의' 동반자

[중앙일보] 입력 2013.05.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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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주이스라엘 한국대사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유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첨단 기술의 산실이자 창업 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과 협력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같은 첨단 기술을 매개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게 새 정부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척박한 안보 환경 속에서 이렇다 할 자원 없이 인적자본만으로 선진 경제로 성장한 한국을 보면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적 기술 협력을 위해 추진하는 ‘이노베이티브 이스라엘’ 계획에서 한국은 유럽의 몇 나라와 함께 핵심 대상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국가 발전을 이룩했고 미래를 열어가는 관건을 과학과 창의력에 기반을 둔 경제 성장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이스라엘은 경제협력개발위원회(OECD) 주관의 중·고교생 학업 능력 평가에서 한국보다 뒤진다. 하지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에선 단연 앞선다. 한국은 대량생산 설비를 갖추고 원천 기술들을 융합해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데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 이스라엘은 특유의 창의성으로 세계적인 제품 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 능력이 뛰어나다.

 이렇듯 두 나라는 지식에 기반한 미래 개척에서 서로 경쟁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쳐 주어야 할 분야가 많다. 이스라엘의 창업 육성 정책이나 관행 중에는 한국에 시사점이 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첫째, 이스라엘의 창업 육성 정책은 시장주의에 중점을 둔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요즈마 펀드는 정부 주도하에 1990년대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등극하는 데 역할을 했다. 그때도 민간 자본의 펀드 공동 참여를 제도화했고 지금은 이제 완전히 민간에 그 운영이 이관됐다. 또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장개방적인 사고 방식은 외국 기업이 자본 참여를 하는 것까지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에는 다국적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기술 창업이 일반화됐다. 물론 지금은 첨단 창업을 이스라엘 토종 기업으로 육성시키는 데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과 아이디어를 재빨리 세계 시장에 진출시켜 그 경제적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다면 누가 소유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식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스라엘 창업 번창의 비결은 위험의 합리적 부담과 이로 인해 형성된 실패에 관대한 창업 환경이다.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려고 하면 투자자를 찾기 힘들어 가족 투자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선배 창업 기업인들이 소위 ‘천사 투자자’로 나서 창업 실패의 위험을 감당해 준다. 이로써 젊은 창업 기업인들은 부담 없이 자신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다.

 셋째, 이스라엘 창업 환경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당돌하기까지 한 도전 정신이다. 창업 젊은이들이 준비하는 사업 설명서의 두 번째 페이지는 이미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이다. 이런 전통은 이스라엘이 인구 800만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형성됐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서로 제도와 관행을 교류해 양국에 모두 성장 동력이 될 국민의 창의적 DNA를 자극하기를 기대한다.

김 일 수 주이스라엘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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