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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음식잡설] 두부장수 종소리가 한국 두부 살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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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음식잡설] 두부장수 종소리가 한국 두부 살리는데 …

[중앙일보] 입력 2013.03.22 04:10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외국 여행을 가면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시장과 마트다. 그네들 삶을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저 재미로 그 현장을 찾는 경우도 있다. 외국 중에서도 일본은 우리와 너무 특별한 관계임을 되새기게 되는 나라다.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의 다수가 이 나라와 얽혀 있다는 확인을 하게 된다.

마치 우리 음식처럼 느껴지지만 뿌리는 일본 것임을 보게도 된다. 더운 여름철 인기인 팥빙수며, 어묵 꼬치를 보면 우리 음식 추억의 다수가 여기서 출발한다는 사실에 잠시 씁쓸해지기도 한다.

나는 두부를 아주 좋아한다. 스스로도 맛을 내지만 다른 음식에 곁자리를 쉽게 내주는 넉넉한 특성도 좋아한다. 두부를 넣은 찌개는 무엇이든 그 본래의 맛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게 만든다. 두부 들어간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본디 두부가 주인이 아닌데도 주인 못지않은 멋진 어울림을 보여준다. 요샛말로 이런 환상의 마리아주가 어디 쉽게 있겠는가. 두부는 그냥 지져도 맛있고, 곱게 갈아서 마시는 ‘다이어트용 묘책’도 있다. 다양하고 알차다.

그런데 일본의 시장에서 보는 두부의 원조는 조선과 중국의 공이 컸다고 한다. 우리는 오래된 두부 강국이었다. 두부 요리가 다채로웠다. 고기를 금했던 고려시대는 두부가 발달할 토양이 있었으리라. 조선시대에도 ‘조포사’라고 하여 두부 만드는 절을 중하게 관리했다. 궁중 제사에 쓰는 두부를 공급한다는 의미였지만, 실은 양반들이 두부 먹기를 즐겨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겐 이토록 다양한 두부 문화가 있었다.

지금은 동양 삼국 중에서 한국의 두부 문화가 제일 침체해 있는 듯하다. 된장에 박아 넣은 두부, 말린 두부, 튀긴 두부, 연두부, 순두부, 비취두부…. 화려한 두부 요리는 대부분 일본과 중국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찌개 두부냐 부침 두부냐를 가를 뿐이다.

게다가 생산자도 몇몇 대기업으로 거의 통일되어 가는 추세다. 두부는 다양한 지역 생산자가 많아야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순백의 담박한 맛이지만, 누가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는 맛의 차이가 분명한 음식이다. 담하므로 오히려 우열이 쉽게 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부란 존재에 대한 어느 일본 작가의 멋진 일갈이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가장 맛있는 두부는 바로 ‘오늘 만든 두부’라고 선언했다. 두부의 재료나 생산자보다, 곧바로 만들어 먹는 두부가 가장 맛있다는 지론을 펼친 것이다. 그래서 두부는 지역의 소규모 생산자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대상이다. 옛날(지금도 일부 남아 있지만) 종을 울리며 동네를 누비고 팔던 두부가 바로 그것이었다.

박완서 선생의 수필 중에 『두부』는 감옥에서 나온 이들이 두부를 먹는 이유를 짚어준다. 콩에서 풀려난 존재가 두부이므로, 그걸 먹어서 다시는 콩밥 먹는 그곳으로 가지 않게 해달라는 주술이라고…. 감히 보탠다면, 두부를 먹는 일은 어쩌면 우리 몸과 마음을 씻는 일처럼 느껴진다. 두부가 하얗고 담박한 이유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 포근한 두부찌개 한 그릇 하고 싶다.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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