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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韓친구들과 폭탄주 마실때…" 정말?

외국인들 "韓친구들과 폭탄주 마실때…" 정말?

[중앙일보] 입력 2012.12.15 00:18 / 수정 2012.12.15 16:35

주한 외국인들이 말하는 해법
규제 풀어 다양해진 막걸리, 한국 맥주가 가야 할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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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를 품평한 피터 벡, 다니엘 튜더, 앤드루 새먼(왼쪽부터). [중앙포토]

“지방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막걸리가 한국 맥주의 롤모델이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한국 맥주에 대해 논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표현이다. 한국 맥주 문제에 대한 해답이 막걸리에 있다는 얘기다. 막걸리는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가 있고, 직영매장과 관계없이 전국 유통이 가능하다. 주한 외국인들에게 한국 맥주는 ‘한국인 친구들과 폭탄주를 마실 때나, 아니면 치킨집에 갈 때 대안 없이 마실 수밖에 없는 맥주’ 정도로 낙인찍혀 있었다. 제대로 된 맥주를 즐기고 싶을 땐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수제(手製) 하우스맥주집을 찾는다고 한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대표는 직업상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맥주를 접했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89년 한국에 처음 왔는데, 그때 마신 한국 맥주의 첫 인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떠냐”고 물어보자 “솔직히 한국 대기업 라거 맥주는 맛이 밍밍해(boring) 폭탄주에나 어울린다. 폭탄주를 억지로 마셔야 할 자리에서만 한국 대기업 맥주를 마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 때문에 한국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막걸리를 접했다. 수년 전엔 울릉도에 갔다가 노란색 호박 막걸리 맛에 푹 빠졌다. 맥주도 막걸리처럼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규제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신을 ‘주한 영국 언론인’으로 소개하는 앤드루 새먼은 『Seoul Food Finder(한국음식 기행)』란 책을 펴낸 음식 비평가 겸 저술가다. 그는 한국 맥주를 한마디로 ‘맥주의 맥도널드’라고 정의했다. 맥도널드처럼 마케팅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무도 훌륭한 음식(맥주)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맥주의 성향은 ‘맥주의 지나친 미국화’다. 세계 3대 맥주의 전통이 벨기에·영국·독일 등 유럽에 있는데, 한국은 ‘지나치리만큼 가벼운 풍미의 따분한 미국 맥주’만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에도 최근 고품질의 수제 하우스맥주(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 일부는 최근 세계적 수준의 맥주로 떠오르고 있다. 새먼은 “그간 미국을 따라온 한국 맥주산업이 미국의 최신 경향은 아직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맥주 민주화’를 말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마당에 맥주 관련법은 여전히 거대 맥주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 전통 음식은 고추·후추·마늘 등 양념이 강하고 풍미가 깊은데, 맥주 맛은 지나치리만큼 밍밍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지난 수년간 막걸리 시장에 있었던 규제완화의 바람이 한국맥주 시장에도 불기 바란다”며 “그때가 되면 한국의 고유한 풍미가 첨가된 필스너나 에일·스타우트 등의 다양한 맥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지난달 24일 ‘강렬한 음식에 따분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기사로 한국 맥주에 대한 비판의 불을 댕긴 인물이다.

그가 느끼는 한국 맥주의 인상은 ‘밍밍하고 물 같지만 더운 여름날 오후 3~4시에 야외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그는 “한국 친구들과 치킨집에 자주 가는데, 한 가지 맥주밖에 마실 수 없다”며 “한국 맥주를 싫어하진 않지만, 다양한 한국 맥주를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Korea, the impossible country(한국, 불가사의한 나라)』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의 성장을 이뤘지만,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선 한국 사회에 창의성과 다양성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책의 요지다.

그는 한국 맥주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나친 규제와 획일화된 문화가 오늘날 한국의 양대 맥주업체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한국 맥주에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맛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튜더 역시 맥주를 논하며 막걸리를 언급했다. 그는 “좋아하는 대표적인 한국 술이 막걸리”라며 “막걸리 시장엔 한국 맥주에 없는 다양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준호·장정훈·고성표·박민제·김민상 기자,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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