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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붕어빵

[분수대] 붕어빵

[중앙일보] 입력 2005.05.21 17:09 / 수정 2006.01.3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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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햄버거와 붕어빵-. 둘 사이에는 서민들의 먹거리라는 것 말고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황(不況) 지표'라는 점이다.

대개 한 국가의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을 때 맥도널드 햄버거 값은 내려간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외식 중 가장 돈이 덜 드는 패스트 푸드까지 사 먹지 않아 업체가 가격을 내릴 판이라면 불황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저(低)성장이 계속되던 일본에서는 가장 싼 햄버거 값이 80엔에서 59엔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붕어빵도 마찬가지다. 불황이 길어지면 실업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50만~60만원(올해 기준)만 들이면 할 수 있는 붕어빵 또는 군고구마 장사에 나선다. 소비자들도 비싼 외식을 외면하고 천원 한 장이면 네다섯 개까지 먹을 수 있는 이 먹거리를 즐겨 찾게 된다.

언제부터 붕어빵은 우리의 벗이 됐을까.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의 '도미빵'(다이야키)이 붕어빵의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19세기 말 한 음식점 주인이 만들어내 가업(家業)으로 이어 내려온 음식이다. 도미(다이) 모양의 형틀에 팥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넣고 굽는 제조법이 붕어빵과 비슷하다.

다만 도미빵이 붕어빵보다 조금 더 크고 넓적하다. 붕어빵의 전성기는 한국전쟁 직후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였다. 먹을 게 부족하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던 시절, 잠시나마 고난을 잊게 해주는 간식이 됐다. 형태가 풀빵.국화빵.잉어빵 등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붕어빵이 '짱'이다. 귀여운 모양 때문일까.

최근 붕어빵 기계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청년실업률이 8%대인 요즘, 주로 젊은층이 인터넷을 통해 사들여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에선 지키지도 못할 말만 무성하지 경기 침체의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신촌 뒷골목에서 열심히 붕어 형틀을 뒤집고 있는 청년을 보며 문득 썰렁한 우스갯소리 한 토막이 생각났다.

Q:붕어빵 장수가 전직(轉職)한다면.

A: 정치인. (말을) 잘 뒤집으니까.

이규연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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