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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때? 포장마차 ‘밤마실’

오늘 어때? 포장마차 ‘밤마실’

[중앙일보] 입력 2008.05.15 16:01 / 수정 2015.03.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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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 뒷골목에 자리잡은 한신포차. 서울 강남의 밤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면 상호를 듣기만 해도 소주잔을 떠올리며 “캬~”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포차는 포장마차의 줄임말. 이 골목의 포장마차는 손수레를 개조해 차린 길거리 간이술집과 다르다. 이들은 당당히 영업허가를 내고 널찍한 실내에서 나름의 비법으로 만든 안주와 술을 판다. 이 주변에는 포차란 간판을 건 곳이 꽤 많다. 한신포차가 대박을 터뜨리자 이런저런 포차들이 뒤따라 문을 연 것이다. 대략 세어봐도 30곳은 넘는다.

인근 임피리얼 팰리스 일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이선호(29)씨도 이곳 포차 골목에 자주 들린다. 퇴근 뒤 동료들과 가볍게 한잔할 때도 있고, 친구들과 다른 곳에서 마시다가 2차 장소로 찾기도 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데다 지저분하지 않고, 술값·안주값 부담이 덜해서 좋아요.” 이씨가 말하는 포차의 매력이다. 그러더니 슬쩍 귀띔한다. “물도 좋아요.” 이씨가 자주 간다는 ‘논현동 포차 골목의 베스트 5’를 돌아봤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이선호씨가 전하는 포차 골목의 시간대별 밤손님들 논현동 포차 골목은 해가 떨어질 때면 포차 문이 하나 둘 열립니다. 첫 손님은 인근 건물 안에서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던 샐러리맨들. 아니면 대학가에서 원정온 학생들이지요. 닭발을 뜯으며 가볍게 1차를 끝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몇몇 집에서 대기번호를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20~30분은 기본, 손님이 빠지지 않으면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밤 10시쯤 되면 1차 손님이 서서히 빠지고 2차 손님들이 몰려들지요. 이때도 마찬가지로 대기번호가 돌아다니죠. 승용차들이 엉키면서 주차전쟁까지 치릅니다. 자정이 넘어서면 일명 ‘선수’라고 말하는 야간업소 종사자들이 들이닥치고, 새벽으로 가면서 조금 주춤하다가 해가 뜰 때면 밤샘작업을 끝낸 사람들이 마무리를 해줍니다. 세상이 온통 깜깜한 시간 내내 포차 골목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답니다.


한신포차 포차 골목의 원조. 『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란 책을 쓴 백종원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세상에서 제일 매운 닭발볶음, 일명 ‘마약 닭발’(1만5000원)이 최고 인기다.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에 지글거리는 닭발이 담겨 나온다. 피어 오르는 매운 냄새에 연방 재채기가 난다. 역시나! 입에 넣기가 무섭게 화끈화끈 불이 난다. 콩나물국으로 진화작업을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다시 한 점 먹고 소주 한잔 털어넣는다. 매운 맛이 부담스러운 손님은 해물모듬볶음(1만8000원)을 주문한다. 튀긴 면 위에 굴소스로 볶은 해물을 얹어낸다. ‘라면땅’처럼 바삭바삭하게 씹는 맛이 좋다. 02-515-3199.


갯벌의 진주 군복을 입은 남자 종업원들이 적당히 반말을 섞어가며 서비스를 한다.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욕쟁이 할머니를 흉내낸 마케팅 전략이란다.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테이블을 붙여놓아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인기 메뉴는 살아있는 해산물로 만든 해물탕(4만원). 낙지·전복·꽃게에 각종 조개들이 듬뿍 들어 있다. 탕 하나면 어른 넷의 술안주로 모자라지 않다. 조개를 찜통에 쪄 내놓는 조개찜(3만원)엔 가리비·키조개·대합·백합 등이 가득하다. 하나하나 부드러운 맛이다. 쫀득한 조갯살 맛을 즐기려면 조개구이(2만5000원부터)가 제격이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낙서를 읽는 재미가 제법이다. 피식피식 절로 웃음이 나온다. 02-544-8892.


담담 뒷골목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앞골목으로 진출한 곳. 인근 포차의 주 메뉴가 닭발·어묵·조개구이인 데 비해 색다른 안주로 주당들을 유혹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천식 홍합볶음(1만5000원). 매운 고추로 뻘겋게 색과 맛을 낸 요리. 홍합 껍데기 속의 속살을 하나하나 뽑아 먹다 보면 입안이 얼얼하다. 손님들이 상대방 입 주위에 든 빨간 양념 물을 가리키며 서로 키득거린다. 냉골뱅이(1만5000원) 안주는 매운 맛을 달래준다. 골뱅이를 물회처럼 시원한 국물에 말아내는데 국수까지 곁들여줘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주인이 의외로 손이 크다. 단골 고객으로 확인되면 슬그머니 식탁에 서비스 안주를 내준다. 02-516-5095.


하루포차 한신포차 맞은편에 위치한 아담사이즈 포차. 규모는 작지만 포차에서 빠져선 안 될 안주류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얼큰 조개탕(1만4000원)이 독특하다. 국물 색은 뽀얀데 맛은 뒤통수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맵다. 소주와는 별개로 여성 손님들은 죽통주(4000원)를 즐겨 찾는다. 대나무통에 담겨 나오는데 달큰한 맛에 은은한 대나무 향이 배어 있다. 다락방처럼 생긴 실내의 1.5층 공간이 있어 엉덩이가 무거운 손님들이 오래 머물러 있기 좋은 곳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1.5층 공간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 02-518-2867.


미나미 부산에 본점을 두고 서울 강남으로 입성한 곳. 일본식 선술집 형태를 그대로 모방했다. 내놓는 메뉴도 마찬가지. 오뎅·꼬치에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1만5000원)가 주특기다. 밀가루에 계란·파·당근·양배추·오징어·새우를 넣고 부치다가 넓게 자른 삼겹살을 올려 익힌다. 다 익으면 마요네즈 소스를 바르고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한줌 올려 내준다. 오코노미야키의 열기에 가쓰오부시가 하늘하늘 춤춘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빈대떡처럼 부드러운 맛이다. 일본 본토의 오코노미야키 맛과는 약간 동떨어진 듯하다. 소주보다 맥주나 일본의 사케를 찾는 손님이 많다. 02-511-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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