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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휘 南 연주 윤이상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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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휘 南 연주 윤이상을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2002.02.25 10:05
오는 10월 20~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전후로 축하 음악제가 개최된다.

8차례의 연주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국적의 조총련계 지휘자 김홍재(金洪才.45)의 첫 서울 공연. 20일 KBS교향악단을 지휘, 윤이상의 〈무악(巫樂)〉과 부조니의 〈피아노협주곡〉(협연 백건우)을 들려준다.

'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무용적 환상'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무악〉(1978)은 尹씨가 궁중무용 〈춘앵무〉를 생각하면서 작곡한 곡. 이번 연주가 색다른 감회를 자아내는 것은 지휘자와 작곡자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지휘자 金씨는 고베(神戶)근교의 효고현(兵庫縣)태생으로 양친은 민족학교(조총련계 학교)의 교사.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중학교에 다닐 때는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일본의 국립대에서는 조총련계 학교에 다닌 것은 학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명문 사립대인 도호(桐朋)음대에 진학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피아노 레슨을 했고 음악회 입장권 살 돈이 없어 텅빈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백스테이지(연주자 출입구)로 들어간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했지만 북한 국적이라는 이유로 해외유학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79년 도쿄국제지휘콩쿠르에서도 같은 이유로 2위에 입상했다.

충분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입상 후 외국 유학을 보내주는 특전을 그에게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최측은 도호음대 설립자의 이름을 딴 사이토 히데오 특별상을 주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김씨는 78년 도쿄시티필하모닉을 지휘해 공식 데뷔했으며 아사히 TV가 번스타인과 뉴욕필의 청소년음악회를 본따 방영한 〈오케스트라가 왔다〉를 지휘하면서 일본 전역에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金씨가 도쿄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86년. 서양 관현악에 한민족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그의 음악에서 전율감을 느꼈다. 그는 윤이상 음악의 연주와 보급이 그의 필생의 사명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윤씨에게 이같은 결심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윤씨가 초청장을 보내 그의 나이 35세 되던 지난 90년 드디어 베를린 유학이 실현된 것이다.

1년 후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신일본필.도쿄심포니 등에서 윤이상의 교향곡 제2번, 제3번 등 많은 관현악곡을 초연했다. 이번 서울 공연도 尹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이다.

평양국립교향악단을 객원지휘하기도 한 그는 지난 6월 도쿄(東京)도 미다카(三鷹)시에서 재일동포 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50)씨와 함께 남북 합동콘서트를 열었다. 85년에는 당시 서울에 있던 정씨의 출국을 한국정부가 인정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재일동포.재일 중국인.아시아 음악인들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일본과 한반도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편 ASEM페스티벌에는 지휘자 정명훈.금난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강동석, 소프라노 신영옥, 피아니스트 백혜선.김혜정 등이 출연하며 외국 교향악단으로는 나고야필하모닉.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내한무대에 선다. 88 서울올림픽 당시 초연됐던 메노티의 오페라 〈시집가는 날〉이 12년만에 재상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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