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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④ 김종량 한양대 총장

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④ 김종량 한양대 총장

[중앙일보] 입력 2009.02.10 02:39 / 수정 2009.02.10 08:21

“공학 + 인문사회 … 독특한 융합 학문으로 신인재 육성”
신입생 수준별 수업 … 뽑기만큼 가르치기 경쟁
수능 0.3% 학생 예비교수 요원으로 별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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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는 올해 70주년(5월 15일)을 맞는다. 발전 청사진은 ‘실용인재’ 양성과 ‘연구 특화’다. 김종량 총장은 “7대 첨단 기술 분야와 학문 분야 융·복합으로 캠퍼스를 특화하고 고급 인력을 키워내 한양 100년의 새 설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대의 장점에 인문·사회·경영 등 문과 계통의 학문을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교육학자답게 이슈로 떠오른 2012학년도 대입안에 대해서도 강단 있게 소신을 밝혔다. 수시 선발 인원 2500여 명의 3분의 1을 ‘한양 루브릭(Rubric)’이라는 독자적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뽑겠다는 것이다.


만난 사람 = 양영유 교육데스크

-2012학년도 입시 자율화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학문 융·복합시대에 창의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는 것은 중요하다. 달달 외워 문제만 잘 푸는 학생보다는 성장가능성 있는 학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입시를 확 바꿔서도 안 된다.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공교육을 훼손하지 말고 ▶사교육을 유발해서는 안 되며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어떻게 바꾸려는 계획인가.

“정시는 수능에 비중을 두되 내신을 참고해 뽑는 방식이 대학 사이에 대체로 합의가 된 것 같다. 문제는 수시 전형이다. 우리 방향은 ‘다양화’다. 수시에서는 내신 우수자, 사회배려 대상자, 농어촌 지역 학생 등을 뽑는다. 나머지는 ‘한양 루브릭’이라는 인·적성 평가도구를 활용할 예정이다. 논술은 치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논술의 변별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대안이 한양 루브릭인가. 설명해 달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시제도를 벤치마킹해 우리 식으로 바꾼 것이다. 암기된 지식 테스트의 한계에서 벗어나 상상력과 창의력, 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이다. 한양대가 개발한 입학사정관제라고 보면 된다. 올해 시범적으로 16명을 뽑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뽑나.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서류전형으로 5배수를 걸러내고, 2단계는 면접으로 3배수까지 압축한다. 3단계에서는 수험생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30분 이상의 심층면접을 한다. 가정환경이나 성장 과정, 각종 특기 등 수험생의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평가하게 된다. 최종안을 ‘전형개발위원회’에서 조율하고 있다.”

-800여 명을 선발하기란 만만찮은 작업이다. 심사인력과 객관성이 문제다.

“100여 명의 교수를 활용할 계획이다. 선발위원으로 선정된 교수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할 방침이다. 사람을 선발할 때 면접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기업에 보편화된 인식이다. 그 전제는 면접관이 잘 훈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겠다.”

-대학마다 입시안이 다르면 사교육만 늘어난다.

“교과 과정 내에서 선발위원이 평가를 한다면 그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대학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선발 전형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특성에 맞게 입시제도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한 것이다.”

-뽑는 경쟁만 하는 것 같다. 대학 책임 아닌가.

“그렇지만은 않다. 신입생들은 의무적으로 수준별 수업을 받는다. 4년이 넘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했다. 신입생들은 레벨 테스트 결과에 따라 영어·미적분·일반화학·일반물리·일반생물 과목을 수준별로 공부한다. 올해부터 수능 0.3% 안에 드는 학생을 ‘예비 교수 지망생’으로 뽑아 따로 관리한다. ”

-한양공대는 명문이었다. 요즘 침체됐다는 지적이 있다.

“1960~80년대 산업화·공업화 과정에서 한양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경제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없었다면) 그 많은 엔지니어를 어떻게 공급했겠는가. 그 저력으로 30대 그룹 임직원 배출 2위, 100대 기업 CEO 배출 순위 4위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요즘 조용하다는 말이 있지만 저력을 쌓았고 도약 단계만 남았다.”

-세계 50대 공대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집중 육성하려는 첨단 분야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7대 첨단 기술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7대 분야는 신에너지 공학, 극한공학, 지속가능 건축,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로보틱스다. 미국 카네기멜런 공대는 IT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세계 10위권에 드는 대학이 됐다. 세계 50대 공대가 되려면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1~2개는 있어야 한다. 자신 있다.”

-학문 영역이 다양한데 연구 방법은.

“각 분야의 기존 과들이 협동연구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에너지 공학 분야에 에너지공학·환경학·화공학·원자력학과가, 극한공학에 건설·자원공학·토목과가 머리를 맞대는 식이다. 학문 간 담을 허물고 융·복합하는 것을 나는 특히 강조한다. 지난해 완공한 퓨전 테크놀로지 센터에서는 다양한 학과의 연구자들이 모여 협동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퓨전 테크놀로지 센터를 방문했는데.

“세계 5대 연구소 중 하나인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와 7년 전부터 공동연구 중이다. 그 인프라와 연구 성과를 보기 위해 왔다. 아소 총리가 학생과 대화하고 싶다고 해 일본어에 능통한 대학원생을 만나게 했다. 그 학생이 ‘이화학 연구소에서는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는데 노력해 노벨상을 받겠다’고 하자 아소 총리가 ‘용기 있는 학생’이라고 격려했다. 퓨전 테크놀로지 센터를 중심으로 일본·중국·인도·홍콩·인도네시아·베트남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아시아연구네트워크(ARN)를 구성할 계획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자신이 있나.

“노벨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항상 무언가를 뒤집어보는 사고를 한다. 통합적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상상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훈련시키고 해외 첨단학문을 접하게 하면 한양대 출신이 노벨상을 타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벤치마킹하는 대학이 있나.

“미국 칼텍이다. 실용학풍을 본받으려 한다. 고급 과학기술자를 양성해 사회와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의 역량이 될 연구인력도 양성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퓨전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반도체 공동연구를 시작한다. 라이벌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손잡은 것은 처음이다.”

-안산 캠퍼스에도 입주 기업이 많다고 들었다.

“안산 캠퍼스는 국내 최대의 산·학·연(산업·학교·연구소)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입주한 연구소만 20개가 넘고, 인근의 산업단지에는 4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캠퍼스를 기업과 공장, 연구소를 연결하는 싱크탱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하다.

“걱정이다. 취업 문제에 대해 교수들이 직접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에 있는 동문들에게 연락해 졸업생 한 명씩만 맡아달라고 호소하는 방식이다. 힘든 시기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올해 3만7000여 명의 재학생 모두에게 생일카드를 보내려 한다.”

-교수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는데.

“강의 평가 결과 상위 50%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교수들에게는 개선사항을 일일이 전달해 다음 학기 강의 준비에 도움을 주고 있다.”

-4년 더 하면 총장 경력이 20년이 된다.

“교수들과 동문의 격려 덕분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큰 희생이다. 한양대도 뉴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사랑하고 뜻있는 분께 그 리더십을 넘겨줄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건학 70주년, 한양공대 승격 60주년이다.

“한양의 자부심(Pride of Hanyang), 한국의 엔진(Engine of Korea), 한국의 심장(Heart of Korea) 세 가지 키워드로 세계 명문대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기술보국과 실용학풍을 통한 한국의 엔진, 국내 최초로 94년 사회봉사 과목을 도입한 사랑 실천 마음, 그리고 자긍심으로 쓰임새 있는 큰 인재를 길러내겠다.” 

정리=이종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한양대의 학문 융·복합  미디어MBA·중국어비즈니스·과학기술사회학 …

 한양대 발전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학문 간 벽을 허무는 ‘실용’이다. ‘지속가능 건축’ 분야에서 건축·도시공학·경제·인류학이 만나 친환경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전자통신공학·물리·신소재가 만나 테라비트급 집적도의 반도체를 개발하는 식이다. 김종량 총장은 “학문 간 밥그릇을 깨고 협력하며 경쟁하는 코피티션(copetition)을 통해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의 학문 섞기는 과학기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MBA에는 정보통신과 미디어·콘텐트 분야를 특화한 ‘미디어 비즈니스 MBA’ 과정이 있다. 의료산업의 전문 지식과 경영 이론을 겸비한 ‘의료경영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글로벌의료경영MBA’도 개설했다. 경영학과 경제학, 국제무역 통상학 등을 가르쳐 금융공학자·투자분석가·펀드매니저를 길러내는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올해 첫 신입생 모집에서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인문학·외국어 전공에 공학·행정학·미디어 문화, 통번역 등을 연계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STS) 융합전공은 과학기술사회학, 과학기술정책학을 통해 과학기술 기반 사회에 인문학을 접목하는 안목을 갖추게 한다. 공공수행 인문학 융합전공은 국제기구와 공공기관,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인문학 전공자에게 행정학·법률학·사회학을 함께 가르친다. 영어비즈니스·중국어비즈니스·한국비즈니스·역사문화비즈니스 융합부전공에서는 언어 전공자들에게 경영·산업·미디어 문화 등의 실무지식을 가르친다.  

이종찬 기자



 ◆김종량 한양대 총장=1950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사대부고와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 설립자인 고 김연준(1914~2008) 박사의 장남이다. 미국 뉴욕대에서 교육행정학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82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해 91년 부총장을 거쳐 93년 총장에 취임했다. 16년째 한양대를 이끌고 있는 ‘한양맨’이다. 한국 교육 발전에 힘쓴 공로로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명예 인문학박사, 일본 와세다대 명예 인문학박사를 받았다. 작곡가였던 선친의 영향으로 가곡과 성악이 프로 수준이며, 회식 자리에선 ‘59년 왕십리’를 즐겨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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